축산 분뇨의 처리 문제 : 환경과 자원의 이중 과제
축산업은 농업과 함께 인류의 식량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부산물인 축산 분뇨는 환경적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에서 한 해 발생하는 축산 분뇨는 약 4,700만 톤(액상 기준)으로, 이 중 대부분이 퇴비나 액비로 사용되거나 농경지에 살포되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분뇨 살포는 수질 오염, 악취, 온실가스 배출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질소나 인 같은 성분이 지하수에 침투하면 녹조 현상이나 수질 악화의 직접적 원인이 되며, 이는 농촌 지역의 생태계와 주민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축산 분뇨를 단순한 오염원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기술적 시도, 즉 에너지화 기술이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가스 생산 : 메탄 발효를 통한 에너지 전환
축산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은 유기성 폐자원의 에너지화를 대표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혐기성 미생물을 이용해 분뇨 내 유기물질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CH₄)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전기나 열로 변환되거나 정제하여 천연가스(NG) 대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공동 지원 아래, 바이오가스 플랜트 시범 사업이 확대되고 있으며, 에너지 자립형 축산 농가 구축이 주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메탄 발효 후 남은 잔여물은 슬러지 형태의 고형물과 액상 퇴비(액비)로 분리되어 농업용 자원으로 다시 활용된다. 이와 같은 자원 순환형 시스템은 폐기물 저감과 동시에 에너지 생산이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액비 활용과 규제 개선 : 순환자원의 농업적 이용
바이오가스 생산 후 남는 액비(liquid fertilizer)는 고정·고형 폐기물보다 처리 부담이 적고, 토양 개량과 작물 생장에 도움이 되는 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과 한국환경공단 등의 실험에 따르면, 적절히 처리된 액비는 화학비료 사용을 30% 이상 절감하면서도 수확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액비 살포는 지역 간 수요 편차와 계절적 적용 한계, 악취 등의 문제가 병존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과잉살포로 인한 지하수 오염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액비 품질 인증제와 살포 기준 강화, 지자체 연계 수거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드론 기반 정밀 살포, 액비 저장 탱크 개선 등의 기술적 보완도 병행되고 있어, 향후 액비의 농업적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 가능한 농축산업을 위한 정책과 과제
축산 분뇨의 에너지화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서 농촌 에너지 자립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EU는 이미 2009년부터 ‘재생에너지 지침’을 통해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를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은 분뇨 등 바이오가스 생산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덴마크는 전체 전기 생산량의 50% 이상을 바이오가스가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축분뇨 에너지화 종합계획’과 같은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성, 주민 수용성, 기술 표준화 부족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중소 규모 농가의 참여 유도, 바이오가스 발전 단가 보조, 수요 기반 액비 유통망 강화 등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과 장기적 인센티브 설계가 필수적이다. 결국 축산 분뇨의 에너지화는 기술 개발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정책·지역사회·농업 생태계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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