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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플래닛

항만·선박 폐기물 관리 국제 기준과 한국의 대응

국제 해사기구(IMO)의 선박 폐기물 관리 기준

전 세계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선박 폐기물 관리의 기본 틀은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주도해 마련한 규범들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1973년 채택되고 1978년 개정된 국제 해양오염 방지 협약(MARPOL 73/78)’은 선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규제하는 핵심 협약이다. 이 협약은 총 6개의 부속서(Annex)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속서는 기름, 유해 액체물질, 선박 쓰레기, 하수, 대기오염 등 폐기물 유형에 따라 관리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부속서 V>는 모든 종류의 선박 쓰레기, 즉 플라스틱, 포장재, 식품 찌꺼기, 생활 쓰레기 등의 투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 일부 식품류 폐기물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조건하에 제한적으로 배출이 가능하다. IMO2018년부터 쓰레기 없는 해양(Garbage-Free Seas)” 캠페인을 전개하며 각국 정부와 해운업계에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 방안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또한 선박은 항만국에 입항하기 전, 폐기물 저장 상태 및 수거 계획을 폐기물 기록부(Garbage Record Book)에 기록하고 이를 관리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항만·선박 폐기물 관리 국제 기준과 한국의 대응

 

항만시설을 통한 선박 폐기물의 수거와 처리 기준

선박이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으려면, 이를 받아줄 수 있는 항만 수거시설(Port Reception Facilities, PRF)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IMO항만국의 의무사항으로 선박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수거·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항만국은 선박이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고도 장시간 항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저장 공간과 수거시설을 보장해야 하며, 선박은 항만 입항 시 폐기물 수거 여부와 그 양을 보고해야 한다. 유럽연합(EU)2000년부터 항만 수거시설 지침(Directive 2000/59/EC)’을 시행해 IMO 기준보다 엄격한 자체 규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Directive (EU) 2019/883’으로 대체되었다. 이 지침에 따라 EU 회원국은 항만 내 선박 폐기물 수거율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투기 방지를 위해 수거 수수료를 정액제로 운영한다. 이러한 제도는 선박이 항만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도록 유도하고, 바다에 불법 투기할 경제적 유인을 제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기준은 선박과 항만 모두에게 환경 보호 의무를 부과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입항 거부나 벌금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선박 폐기물 관리 제도와 정책

한국도 MARPOL 협약 가입국으로 관련 규정을 국내법으로 수용해 이행하고 있다. <해양환경관리법>은 선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배출 기준, 항만 수거시설 설치 및 운영, 감시 체계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내 주요 항만에는 선박 폐기물 수거를 위한 전용 시설이 운영 중이며, 해양환경공단(KOEM)이 위탁받아 수거와 처리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선박은 입항 시 선박 폐기물 관리계획서를 제출하고, 폐기물 수거 여부를 보고해야 하며, 수거 후에는 처리 결과를 항만 당국이 검토한다. 또한 정부는 2022년부터 해양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항만 플라스틱 폐기물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항만 내 쓰레기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도 일부 시범 도입되었다. 선박에서 발생한 생활 쓰레기뿐 아니라 폐유, 폐윤활유, 폐페인트 등 유해성 물질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해양환경 보호뿐 아니라 해운업계의 ESG 경영 확산과도 맞물려 있어, 폐기물 관리 역량은 점점 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향후 과제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

한국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선박 폐기물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는 항만 수거시설의 지역별 불균형이다. 대형 항만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중소형 지방 항만에서는 여전히 수거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둘째는 선박들의 자발적 보고 및 수거 이행률이 낮다는 점이다. 항만 당국의 인력 부족과 감시 한계로 인해 불법 투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외국 선박의 경우 법 적용에 제한이 있어 국제적인 공조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IMO녹색 해운(Green Shipping)” 이니셔티브와 연계하여, 국제 협약 기반의 투명한 보고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폐기물 추적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한 아시아 주변국들과 공동 감시 체계를 구축해, 해양 폐기물의 이동과 불법 투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려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해운과 항만 운영을 위해서는 규제뿐만 아니라 국제적 협력과 기술적 대응, 민간의 책임 이행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