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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플래닛

다회용기와 리턴 시스템

다회용기 도입의 필요성과 확산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배달에 각종 편의를 맡겼다. 음식물을 배달시키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편의점 물품, 가전제품, 각종 생활용품, 식후 커피 한 잔도 바로바로 배달시키는 것에 익숙해졌다. 코로나가 끝난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배달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생활 변화는 우리에게 편리함이라는 이점과 함께 각종 환경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다회용기 사용이 대안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식음료 산업, 배달 플랫폼, 카페업계 등을 중심으로 다회용 용기를 활용한 리턴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사용 후 세척해 다시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폐기물 저감과 자원 순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며, 유럽연합(EU)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법적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서울시에서는 20211200건 이상이 다회용기를 이용했는데 2024128000건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하지만 2023년 기준 배달의 민족 주문 건수가 하루에 300만 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회용기와 리턴 시스템

 

회수율과 추적 시스템의 한계

리턴 시스템의 핵심은 사용된 다회용기를 회수하고 재사용하기 위한 정확한 추적 및 관리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태그, QR코드, GPS 등을 활용한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회수율이 낮고 추적 데이터의 신뢰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과 같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참여하는 구조에서는 사용자의 반납 참여율이 너무 유동적이라 시스템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회수하지 않고 폐기하기도 용이하다는 배달 플랫폼의 장점이 떨어진다는 것이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기에 주저하게 한다. 그리고 회수하는 장소를 만들어서 회수를 유도하더라도 회수 지점을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이 기술 적용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용기마다 개별 추적 장치를 부착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리턴 시스템은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고 제한된 공간이나 폐쇄된 상업 공간에서 주로 운영되고 있다.

 

세척 및 위생 처리의 기술적 문제

다회용기 사용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위생 처리와 안전성이다. 사용 후 용기를 철저히 세척하고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고온세척기, 살균장비, 물류 동선 최적화 등 다양한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게다가 다양한 재질의 용기를 동시에 세척하거나, 잔여 음식물에 따라 세척 강도를 다르게 조절하는 기술은 아직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각 업체마다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품질관리 체계 등의 부재도 행정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지점이다.

또한, 세척 과정에서 소요되는 물, 에너지, 인력 비용이 오히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은 다회용기가 환경적으로 유리하려면 최소 20회 이상 재사용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위생 기술의 자동화·효율화는 다회용기 시스템의 확산에 있어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표준화와 규격 통일의 미비

마지막으로, 다회용기 규격의 표준화 부족도 큰 기술적 장애물 중 하나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다회용기는 재질, 크기, 구조, 밀폐력 등이 업체마다 제각각이어서 기계식 세척기나 자동 회수 시스템에 호환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대량 운영 시스템에서는 반복적인 인력 개입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운영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산업계가 일부 표준 규격 마련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 단위에서 통일된 규격이 마련되지는 않고 있다.

유럽의 경우, 다회용기 협약을 통해 특정 크기와 디자인의 통일이 이루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공통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다회용기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제도적 표준화의 정착이 병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행정력이 힘을 발휘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