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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야기

마우리아–셀레우코스 전쟁

동서 문명 접점에서 펼쳐진 외교적 타협의 승부

 

1. 알렉산드로스 이후의 권력 공백과 아시아 정세

기원전 4세기 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동방에 남겨진 광대한 정복지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의 부하 장군들 중 하나인 셀레우코스 1세 니카토르는 메소포타미아와 이란 일대를 중심으로 셀레우코스 제국을 건설했으며, 동방 영토를 다시 통제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반면 인도 아대륙에서는 찬드라굽타 마우리아가 난다 왕조를 무너뜨리고 마우리아 제국을 세우며 북인도의 패권을 장악했다. 이 두 제국은 현재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 해당하는 지역을 놓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고, 특히 알렉산드로스가 점령했던 아라코시아·게드로시아·간다라 등의 영토가 충돌 지점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 제국 간의 마찰은 불가피해졌고, 역사에는 이를 마우리아셀레우코스 전쟁으로 기록하고 있다.

 

마우리아–셀레우코스 전쟁

 

2. 실체를 둘러싼 논쟁 실제 전투인가 외교 분쟁인가?

이 전쟁은 일반적으로 기원전 305년경에 시작된 것으로 보이나, 그 실체는 오늘날 학자들 사이에서도 명확히 합의되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셀레우코스가 알렉산드로스의 유산을 되찾기 위해 동방으로 원정했고, 찬드라굽타가 이를 막기 위해 전면전에 돌입했다는 설명이 통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 전쟁에 대한 사료는 매우 제한적이며, 구체적인 전투 장면이나 전략적 전개 과정은 플루타르코스, 스트라본 등 후대 그리스 사가들의 간접적인 기록에만 나타난다. 일부 학자들은 마우리아군의 코끼리 전력과 대규모 병력 앞에서 셀레우코스가 전략적 후퇴를 선택했으며, 실질적인 전투 없이 협상으로 타결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오늘날 역사학계는 이 전쟁을 제한적인 국경 충돌 혹은 외교적 분쟁의 군사적 긴장 상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장되었을 수 있으며, 본질은 정치적 세력 조정과 영토 교환을 통한 동서 권력의 재편에 있었다는 해석이다.

 

3. 외교적 종결 코끼리와 영토의 상호 교환

결국 갈등은 군사적 승패가 아닌 외교적 타협으로 마무리되었다. 셀레우코스는 찬드라굽타에게 아라코시아, 게드로시아, 파르오파미사다이 등 동방 영토를 양도하고, 그 대가로 500마리의 전투 코끼리를 받았다. 이 전투 코끼리는 훗날 셀레우코스가 서방에서 벌인 입소스 전투(기원전 301)에서 결정적인 전력을 제공하며 큰 군사적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양국은 혼인 동맹을 맺은 것으로 전해지며, 마우리아 제국과 셀레우코스 제국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평화 협정을 맺고 갈등을 종식시켰다. 이 조약은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과 문화 교류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셀레우코스는 동방 문제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고, 제국의 중심을 서아시아로 옮겼으며, 찬드라굽타는 획득한 서부 영토를 바탕으로 아소카 대왕 시기의 대제국 기반을 확립할 수 있었다.

 

4. 역사적 의의 충돌 대신 조율을 선택한 동서 고대 제국의 교차점

마우리아셀레우코스 전쟁은 격렬한 무력 충돌 대신, 실리적 외교와 권력 조정을 통해 대규모 제국 간의 갈등이 해결된 보기 드문 고대 사례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마우리아 제국은 인도 아대륙뿐 아니라 현 아프가니스탄 지역까지 포괄하는 최대 판도를 확보하였고, 셀레우코스 제국은 동방의 부담을 덜고 서방 정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동서 문명 간의 직접적인 대립은 완화되었고, 이후 수세기에 걸쳐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과 종교, 기술의 교류가 가능해졌다. 또한 이 평화 협정은 아소카 대왕 시기의 불교 확산, 그리스-인도 문화 융합, 지속 가능한 외교 모델로 발전되었다. 마우리아셀레우코스 전쟁은 단순한 정복 전쟁이라기보다, 동서 문명이 충돌이 아닌 조율을 통해 상호 공존의 질서를 형성한 역사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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