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부터 몰디브와 발리는 휴양지로 또는 신혼여행지로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곳들은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이름난 곳이며 특히 맹그로브 나무로 이루어진 숲의 멋들어진 풍광으로도 유명합니다. 나무가 염분 가득한 바닷물에서 자란다고 하니 참 신기하죠. 맹그로브 숲에는 각종 다양한 식물들과 동물들이 활발하게 공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질 정화뿐만 아니라 해일 같은 자연재해가 있을 때 자연 방파제의 역할까지 합니다. 이런 맹그로브 숲이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숯을 얻기 위한 벌목, 새우 양식 등 다양한 이유로 인간은 숲을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해양 생태계가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탄소 저장소인 바다의 위기 상황과 이를 해결할 방안들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의 숨은 공기청정기, 바다
우리가 대기 중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의 상당 부분은 사실 바다가 흡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 정도라고 하니,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바다가 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지구의 기온 상승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을 것입니다. 바다는 단순히 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라, 지구 전체 탄소 순환을 조절하는 거대한 저장소입니다.
차가운 바닷물은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해양 미생물과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유기물로 바꿉니다. 해양 탄소흡수는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물리적 펌프’로 대기와 바다 표면 사이의 기체 교환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녹아드는 과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생물학적 펌프’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전환하고, 이 유기물이 심해로 가라앉아 장기적으로 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바다는 지구 시스템의 ‘완충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다는 우리가 눈에 보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블루카본 생태계의 힘
최근 환경 분야에서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가 ‘블루카본(Blue Carbon)’입니다. 블루카본이란 바다와 연안 생태계가 흡수해 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맹그로브 숲, 잘피림, 염습지가 있습니다. 이 생태계는 면적 대비 탄소 저장 효율이 매우 높은데, 육상 숲보다 탄소를 더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맹그로브 숲은 열대우림보다도 3~5배 이상의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며, 뿌리와 토양 속에 수백 년 동안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잘피림과 염습지도 바닷 속에서 군락을 이루며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퇴적물 속에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가둬둡니다.
이러한 생태계는 단순히 탄소를 흡수하는 것뿐 아니라 해안 침식 방지, 생물다양성 보존, 어업 자원 확보 등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복원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체 해양 면적에서 이들 생태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해양 탄소 흡수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효율 좋은 저장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루카본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곧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바다의 방패막이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해양 탄소 저장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차가운 물의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증가할 경우 해수의 산성화가 심화되고, 이는 플랑크톤과 산호 등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려 오히려 탄소 저장 능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간 활동입니다. 연안 개발, 해양 오염, 남획으로 인해 맹그로브 숲과 잘피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잘피림의 약 30%가 감소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오히려 온실가스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바다의 탄소 저장 능력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태계의 손실이 아니라, 인류가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방패막이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바다를 지키는 것이 곧 미래를 지키는 일
앞으로의 기후정책에서 해양 탄소 저장소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국제사회는 산림 보존뿐만 아니라 바다 생태계 보존을 기후 대응 전략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블루카본 프로젝트를 통해 각국이 맹그로브 숲 복원이나 해안 습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 구조물을 이용해 잘피 군락을 되살리거나, 해조류 양식을 확대해 추가적인 탄소 흡수를 시도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로, 해양 탄소흡수 잠재력이 상당합니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 ‘해양 탄소 흡수원 관리 및 활용 전략’을 발표하며 잘피림, 갯벌, 염습지 등 블루카본 생태계의 복원 및 보호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블루카본 생태계는 지속적인 매립, 해양 오염, 연안 개발로 크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새로운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 서식지를 보호하고 오염원을 줄이는 것이 선행 과제입니다. 또한 국제 협력 차원에서 블루카본을 탄소중립 전략에 포함시키고, 탄소배출권 시장과 연계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민간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블루카본 인증제’를 도입한다면, 기업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활동과 지역 주민의 경제적 혜택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양 탄소흡수 연구와 복원 사업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인류 생존과 직결된 글로벌 어젠다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해양 탄소 관리 전략을 구축한다면, 바다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다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우리가 돌봐야 할 소중한 생태계입니다. 결국 바다를 지키는 것은 단순한 환경보호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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