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원주민들이 검은 흙이라고 부르는 테라 프레타라는 것이 있습니다. 열대우림에서 발견되는 비옥한 토양을 말하는데요. 원주민들이 목재, 농업 부산물, 음식물 찌꺼기, 뼈, 분뇨 등을 태워 남긴 숯을 토양에 섞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아마존 토양은 산성이고 영양분이 쉽게 씻겨 내려가 농업에 불리했지만, 테라 프레타 지역은 수백 년이 지나도 비옥함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원전 450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과학적으로 개념이 정립되고 현대 농법에 적용해야 한다고 빔 솜브룩이 주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처음 미국 탐험가 허버트 스미스가 1879년 검은 흙을 테라 프레타라고 명명한 지 한참 지난 후였죠.
우리에게도 화전농법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주로 산간지역에 불을 내서 일정 공간의 잡목을 태워 재를 내서 그걸 비료삼아 농사를 지었던 방식이었죠. 숯을 사용한 테라 프레타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었는데 화전은 토양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땅의 영양분이 떨어진다 싶으면 옮겨 다니면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토양의 개량 측면에서는 테라 프레타가 월등히 나은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테라 프레타는 현대 바이오차 개념의 원형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바이오차란 무엇일까?
바이오차(Biochar)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l)의 합성어로 모양은 숯과 비슷하지만,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주목받는 특별한 자원입니다. 나무, 볏짚, 옥수수대, 가축분뇨 같은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350~1000℃정도의 고온으로 태우면, 완전히 재가 되지 않고 검은 고체가 남는데 이것이 바로 바이오차입니다. 이 과정은 ‘열분해(pyrolysis)’라고 불리며, 원래 대기 중으로 방출될 뻔한 탄소를 안정된 고체 형태로 바꾸어 흙 속에 저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차는 ‘흙 속의 탄소금고’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다공성 구조 덕분에 토양 속의 수분과 양분의 보유력을 유지하고 미생물 서식 환경을 개선해서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바이오차의 장점: 탄소저장과 토양개선
바이오차의 가장 큰 강점은 탄소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물은 성장할 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수확 후 남은 부산물이 썩으면 다시 탄소가 대기로 방출됩니다. 그러나 부산물을 바이오차로 바꾸면 탄소가 안정된 형태로 남아, 대기로 방출되지 않고 토양 속에 머물게 됩니다. 국제기구인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바이오차를 이산화탄소 저감방안으로 승인하며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유망한 기술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농업적으로 유용합니다. 바이오차는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아 수분과 영양분을 오래 붙잡아 두어, 가뭄이나 집중호우 같은 극단적 기후에서도 작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표면의 미세구멍은 미생물에게 좋은 서식처가 되어 토양 생태계도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덕분에 작물 생육을 촉진하고,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토양 오염을 완화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바이오차는 토양 건강, 농업 생산성,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단점과 한계: 넘어야 할 현실적인 벽
바이오차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생산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높습니다. 바이오매스를 열분해하는 장치는 초기 설치비와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아직까지 개인 농가나 중소기업이 쉽게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또, 토양에 투입되었을 때 효과가 모든 경우에 똑같이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바이오차를 과다 사용할 경우, 토양 내 유해 물질 농도가 높아져 작물 생육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또한, 토양 속의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하여 토양 분해 작용을 방해해 영양 순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토양의 종류, 기후 조건, 재배 작물의 특성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실험과 검증, 모니터링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바이오차를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원료인 바이오매스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결국 경제성과 지역 맞춤형 연구가 병행되어야 바이오차의 잠재력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탄소저장 효과를 국제적으로 인증받기 위한 과학적 기준도 지속적으로 정립되어야 합니다.
바이오차 활용과 미래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차는 앞으로 큰 가능성을 가진 기술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활용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바이오차를 토양개량제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탄소저감 효과를 국제적으로 인증받았고, 일본과 호주 등에서는 농업뿐만 아니라 가축사료 첨가제, 건축자재 보강재, 심지어 수질 정화용 필터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산림이나 농업 부산물을 활용해 바이오차를 만드는 실증 사업이 일부 지자체와 농업기술원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산림청에서는 매년 벌목 과정에서 나오는 잔가지, 나무껍질 등의 부산물을 활용해 바이오차를 생산하고, 이를 산림 토양에 살포하여 탄소 저장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일부 지자체는 폐목재나 농업 부산물을 활용한 소규모 바이오차 생산기를 설치해 지역 농가에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아직 대규모 산업화 단계는 아니지만, 이러한 실증 사업들은 바이오차가 국내의 농업과 산림 관리, 그리고 탄소중립 전략에 실제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는 기술 개발, 지역별 맞춤형 활용법, 그리고 국제적 인증 체계 마련까지 병행된다면 바이오차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 단순히 ‘농업 보조제’가 아니라, 탄소를 흙 속에 저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탄소 관리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죠. 바이오차는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향후 바이오차를 활용한 탄소배출권 거래, 농업·에너지 산업 융합 모델, 그리고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속에서 더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이브더플래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 그리드: 전기 낭비 없는 사회 만들기 (0) | 2025.08.19 |
---|---|
바닷속 탄소 저장소: 해양 탄소흡수의 미래 (2) | 2025.08.18 |
수소차 상용화의 어려움과 해결 방안 (2) | 2025.08.15 |
그린수소와 블루수소의 차이 및 미래 전망 (4) | 2025.08.14 |
태양광 폐패널의 재활용 기술과 문제점 (4) | 2025.08.08 |
도시 열섬 현상과 친환경 건축 소재의 역할 (4) | 2025.08.07 |
다회용기와 리턴 시스템 (2) | 2025.08.06 |
농업 폐비닐의 지속 가능한 처리 방안 (2) | 2025.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