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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플래닛

도시 광산(Urban Mining)

폐전자기기 속 귀금속 자원의 재발견

 

도시 광산의 개념: 현대 문명 속 자원 보고

도시 광산(Urban Mining)’은 기존의 자연 광산이 아닌, 도시 안에서 버려지는 전자제품·기기 등에서 금, , 구리, 팔라듐 등의 귀금속을 추출하는 자원 회수 방식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TV, 서버 등 다양한 폐전자기기에는 고도의 전기·전자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희귀한 고가의 금속들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광산에서 채굴하려면 막대한 환경 파괴와 노동력이 수반되지만, 도시 광산은 이미 소비된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환경친화적이면서 경제적인 자원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은 물론 자원 빈국인 한국 같은 나라에서도 도시 광산은 새로운 전략 자원 확보 방식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제연합대학(UNU)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폐전자기기는 2021년 기준 연간 약 5,700만 톤에 이르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여전히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다. 하지만 폐전자기기 1톤에서 추출 가능한 금의 양은 금광석 1톤 대비 100배 이상 많은 경우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는 도시가 단순한 소비의 장소를 넘어 자원의 순환 기반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도시 광산(Urban Mining)

 

폐전자기기 속 귀금속: 무엇이 숨어 있나?

일반적인 스마트폰 한 대에는 약 0.034g의 금과 0.34g의 은, 그리고 소량의 팔라듐과 백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인듐, 갈륨, 텅스텐 같은 희귀금속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금은 접촉 저항이 낮고 산화에 강해 전자기기 회로판에 필수적으로 쓰이며, 팔라듐은 반도체 부품에 사용된다. 문제는 이들 금속이 대부분 소형 부품 내부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추출 난이도가 높다는 점이다. 단순한 해체로는 회수가 어려우며, 열처리·화학용매 추출·건식 제련 등의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도시 광산 기술은 열처리 및 산침출법(용액으로 금속을 분리 추출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며, 최근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리칭(bioleaching)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폐전자기기 회수를 국가 전략으로 설정하고, 일부 금속은 도쿄올림픽 메달 제작에도 활용함으로써 기술력과 상징성을 동시에 강조한 바 있다. 한국 또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이 일정 수준의 재활용 회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술개발 및 기업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도시 광산의 환경적·경제적 효과

도시 광산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대안적 자원 회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기존 금속 채굴은 수질오염, 대기오염, 산림파괴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유발해 왔으며, 특히 희귀금속은 채굴 자체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도 동반된다. 반면 도시 광산은 이미 존재하는 전자제품을 활용하므로 신규 채굴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자연 생태계에 주는 부담도 최소화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도시 광산은 매력적인 가능성을 지닌다. 국제 시세가 급등하는 귀금속을 폐기물에서 확보함으로써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자원의 내재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제품 회수 및 정제 과정을 통해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자원 빈국인 한국에게는 자원의 무기화시대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회수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와 체계적인 수거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도시 광산의 과제와 미래 전망

도시 광산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정책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째, 전자제품의 소형화·고밀도화로 인해 회수 과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고순도 추출을 위한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둘째,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폐전자제품이 체계적으로 회수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히 크다. 현행 분리수거 체계는 대형가전에는 집중되어 있으나 소형 IT기기 회수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상당량의 자원이 매립 또는 불법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적으로는 회수율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도입, 기술 투자 확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확대 개편 등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 인식 제고도 병행되어야 한다. 일본은 이미 폐전자기기 회수 전용함을 전국 편의점 등에 설치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WEEE 지침을 통해 전자제품 회수율을 강제하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수거·회수 기반을 전국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도시 광산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자원의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며, 향후 기술과 제도의 융합을 통해 더욱 큰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