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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플래닛

PET병에서 원사로

플라스틱 순환을 이끄는 의류산업의 전환

 

플라스틱 쓰레기와 PET병의 재활용 필요성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억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으며, 그 중 상당량이 단 한 번의 사용으로 폐기된다. 이 중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주로 생수나 음료수 병으로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로, 재활용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아직 낮은 편이다. 특히 의류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PET병을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은 자원 순환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PET병의 재활용이 의류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술적·산업적으로 어떤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PET병에서 재활용 섬유로: 기술적 전환의 과정

PET병을 재활용해 원사를 생산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밀한 공정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먼저 수거된 PET병은 이물질과 라벨을 제거한 뒤, 고온에서 세척·살균된다. 이후 작은 플레이크 형태로 분쇄된 PET는 열처리 과정을 통해 다시 녹여 실 형태의 섬유로 방사된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재생 폴리에스터는 의류용 원단으로 직조되며, 스포츠웨어, 재킷, 가방 등의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 독일, 한국 등에서는 이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들이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글로벌 브랜드들도 재생 섬유 사용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예컨대 아디다스는 2024년까지 모든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H&M과 유니클로도 자체 라인에 재활용 원사 사용을 점차 늘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효성티앤씨, 휴비스, 티케이케미칼 등 화학섬유 전문 기업들이 고순도 재생 폴리에스터 생산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PET병에서 원사로

 

의류산업에서의 PET 재활용의 한계와 과제

PET병의 재활용은 친환경 대안으로서 분명한 가치를 지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첫째, PET병을 의류용 섬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며, 일부 공정에서는 화학적 처리나 첨가제가 요구된다. 이는 재활용의 친환경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낳기도 한다. 둘째, ‘다운사이클링문제도 존재한다. PET병에서 만들어진 섬유는 다시 병으로 재활용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의 한 방향성이 한계로 지적된다. 셋째, 소비자의 인식과 수거 체계의 미비도 재활용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재생 섬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부족, 그리고 색상·오염 등 품질 기준에 따라 다량의 PET가 실제로는 폐기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정책, 인식, 산업 구조 전반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속가능한 섬유 순환경제를 위한 정책과 전망

재생 PET 섬유 산업의 확장은 단순한 친환경 소비의 트렌드를 넘어, 국가 차원의 자원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섬유 전략을 통해 의류에 포함되는 플라스틱 소재의 재활용률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도 순환경제 이행계획(2023)’에서 섬유 폐기물의 자원화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플라스틱에 대한 수입 규제와 탄소세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재생 원료의 확보와 생산 공정의 탄소저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PET 재활용 산업이 단순한 환경 사업을 넘어, 기술력과 공급망 경쟁력까지 갖춘 미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품질 기준 강화, 장기적으로는 폐의류 회수 체계와 연계한 재활용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PET병에서 시작된 원사 재활용 기술은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촉매로서, 의류산업의 근본적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