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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플래닛

폐배터리의 회수 및 재활용 체계 – 전기차 시대의 핵심

리튬과 코발트의 순환 – 폐배터리는 자원인가, 쓰레기인가?

 

전기차 보급 확대와 폐배터리 문제의 부상

전기차의 급격한 확산은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환경 과제를 불러왔다. 그 중심에는 사용을 마친 폐배터리 문제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다양한 희귀 금속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명이 다한 이후 적절한 처리를 거치지 않으면 중금속 누출 및 화재 위험 등의 심각한 환경·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이나 온도 변화에 민감해 단순 폐기로는 화재 발생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처럼 전기차 산업이 친환경이라는 명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 관리가 필수적인데, 폐배터리 회수와 재활용 체계 구축은 그 핵심에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폐배터리의 회수 및 재활용 체계 – 전기차 시대의 핵심

 

폐배터리 회수 체계 누구의 책임인가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수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려면 배터리 생산자, 자동차 제조사, 소비자, 정부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정립되어야 한다. EU에서는 이미 생산자 책임 확대(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원칙을 도입하여, 배터리를 생산하거나 제품에 장착해 판매하는 기업이 폐기 이후까지 책임지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3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의무 회수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며, 공공기관이 회수한 배터리를 국가 단위에서 추적·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가 민간 정비업체를 통해 흘러가거나 중고 부품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많아, 실질적인 회수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회수 체계의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가 정책적 과제로 남아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발전과 한계

회수된 폐배터리는 재활용 또는 재사용의 과정을 거치게 되며, 그 기술적 접근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배터리를 분해해 유용한 금속을 추출하는 습식(화학적) 및 건식(열처리) 재활용 기술, 다른 하나는 성능이 일부 남은 배터리를 선별하여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재활용 기술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에너지 공정으로 리튬 회수 효율을 높이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화 단계에서는 공정 비용, 환경 규제, 품질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폐배터리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폐기물 처리법상 지정폐기물로 분류되어 있으며, 재활용 공정 자체가 새로운 오염원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기술적 발전과 함께 적절한 환경관리 기준 수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제도와 국제협력

폐배터리 문제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글로벌 이슈다. 배터리 원료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회수된 폐배터리 역시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UN을 중심으로 폐배터리 이동 및 재활용에 대한 국제적 규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EU2027년부터 배터리의 재활용 원료 비율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한국도 배터리 자원순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주요국과의 협력체계를 모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폐배터리의 안전하고 투명한 처리 체계가 사회적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민간기업의 기술 투자와 정부의 제도 설계가 맞물려야 할 것이다.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