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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플래닛

전자 폐기물의 처리 단계와 리스크 관리

전자 폐기물의 증가와 처리 필요성

전자 폐기물(E-Waste)은 스마트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 전자기기가 폐기되며 발생하는 폐기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그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연간 6,200만 톤 이상의 전자 폐기물이 발생했으며, 이 중 정식으로 처리되는 양은 20%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자 폐기물 속에 포함된 유해 물질과 귀금속이다. , 카드뮴, 수은 같은 중금속은 환경과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동시에 금, , 희토류 금속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적절한 처리와 회수가 중요하다. 처리되지 않은 전자 폐기물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소각될 경우 독성 가스를 발생시킨다. 때문에 전자 폐기물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위험성과 자원성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 폐기물로 인식된다.

 

전자 폐기물의 처리 단계와 리스크 관리

 

전자 폐기물 처리 단계: 수거에서 파쇄까지

전자 폐기물의 처리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첫 단계는 분리수거다. 가정이나 기업에서 발생한 전자기기를 수거하여 일반 폐기물과 구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식 처리 루트로 들어가지 못한 폐기물은 불법 매립이나 비공식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거된 전자 폐기물은 전문 시설로 옮겨진 뒤, 손으로 분해하거나 기계적으로 파쇄되어 구성 부품이 분리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유리, 회로기판, 배터리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 특히 리튬 배터리처럼 폭발 위험이 있는 부품은 별도 안전 절차에 따라 분리되어야 하며, 일부 고가 전자제품은 재사용 목적의 리퍼비시(Refurbish) 공정도 고려된다. 리퍼비시 공정제품은 미세한 흠집 등으로 인한 초기 불량품이나 판매 후 반품된 제품을 검수, 수리를 거쳐 다시 신상품처럼  포장해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일정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파쇄 후에는 자력 분리, 공기 분류, 부유선별 등 물리적 방식으로 금속류와 비금속류를 다시 구분하여 재자원화의 기반을 마련한다.

 

전자 폐기물 처리의 핵심: 유해물질 관리

전자 폐기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유해물질이다. 일부 폐전자제품에는 납땜에 사용된 납, 디스플레이에 포함된 수은, 회로기판의 브롬화 난연제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물질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대기 중으로 확산되거나, 침출수 형태로 지하수에 스며들어 장기간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전자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고온소각로와 전처리 시스템을 통해 중금속과 유해가스를 정제하거나 제거하는 기술이 필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또한 작업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장비 착용, 환기 시스템, 폐기물 추적 시스템 등도 함께 운영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비공식 전자폐기물 해체 작업에서는 이러한 안전 기준이 미비해 심각한 인권·보건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리사이클링과 정책적 과제

전자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적 대응과 더불어 정책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은 WEEE(폐전기전자장비 지침)를 통해 제조업체에 폐기물 회수 책임을 부여하고 있으며,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에코디자인원칙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전자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을 도입해 가전제품 제조사가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회수 및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수거 폐기물이 많고, 리튬이온 배터리 등 고위험 부품에 대한 처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궁극적으로는 전자제품 사용 주기의 연장, 부품의 모듈화 및 교체 용이성 제고,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병행되어야 전자 폐기물이 자원이자 위협으로서가 아닌, 순환 가능한 시스템 내에서 안전하게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