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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플래닛

플라스틱 쓰레기의 국제 이동과 '쓰레기 수출국' 논쟁

선진국의 수출, 개발도상국의 부담 – 국제 폐플라스틱 이동의 불균형

 

플라스틱 쓰레기의 국제 이동: 글로벌 문제의 시작

플라스틱 폐기물의 국제 이동은 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되었으며, 그 배경에는 선진국의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와 개발도상국의 원재료 수요가 맞물려 있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내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국가로 수출해 왔다. 겉으로는 재활용 가능한 자원 수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현지의 열악한 분류·처리 시스템을 악용한 편법적 폐기물 외주화에 가까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2018년 중국이 국가검역검사총국 공고 201770를 통해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글로벌 플라스틱 쓰레기 흐름은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새로운 목적지가 되었고, 이들 국가는 처리 능력을 넘어선 쓰레기 유입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국제 이동과 '쓰레기 수출국' 논쟁

 

쓰레기 수출국논쟁: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국경 간 이동은 환경뿐 아니라 국제 정치의 갈등 지점으로도 부상했다. 선진국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라는 명목으로 폐플라스틱을 수출하는 동안, 수입국은 점차 자신들이 세계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일부 국가에 붙게 되었고, 이는 외교적 긴장으로도 이어졌다. 예컨대, 2019년 캐나다와 필리핀 사이에서 벌어진 쓰레기 반송 사태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필리핀은 캐나다에서 수입된 컨테이너에 재활용 불가능한 생활쓰레기까지 포함되어 있음을 지적했고, 결국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반출을 요구했다. 이러한 논쟁은 단순히 폐기물의 이동을 넘어, 환경 정의, 자원 주권, 기술 이전의 문제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 규제 체계와 바젤협약의 한계

이 같은 문제를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으며, 대표적인 대응이 바로 1989년 체결된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이다. 이 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경 간 이동을 통제하고, 가능한 한 자국 내에서 처리하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실효성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유해 여부가 모호하거나, 통관 상 재활용 자원이라는 명목으로 우회되기 쉽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플라스틱 폐기물도 바젤협약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하거나, 단속 역량 부족으로 제대로 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중간 가공을 거쳐 형태가 바뀐 폐기물의 경우,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처럼 국제 규범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쓰레기 수출입을 둘러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지속가능한 대안: 순환경제와 수입국의 대응 전략

이제 세계는 단순한 규제에 그치지 않고,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 플라스틱을 일회성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인식하고, 생산-소비-재활용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EU)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을 재사용 혹은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강화, 일회용품 규제 등이 추진되고 있다. 동시에, 플라스틱 수입국들도 점차 수동적 수용자에서 능동적 조정자로 나아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불법 폐기물 수입업체의 허가를 취소해 컨테이너를 해당국으로 되돌리는 조치를 취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수입 규정을 대폭 강화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쓰레기 문제의 책임이 단일 국가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며, 국제 협력과 정책 혁신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