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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야기

카스티야 왕위 계승 전쟁

스페인 통일의 갈림길에서 벌어진 왕권의 쟁탈전

 

카스티야 왕위 계승 전쟁

 

1. 이사벨과 후아나, 정통성의 충돌에서 비롯된 분쟁

15세기 후반, 이베리아 반도는 중요한 정치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카스티야 왕국에서는 엔리케 4세의 후계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내부 갈등이 벌어졌다. 왕의 딸로 알려진 후아나 라 벨트라네하(Juana la Beltraneja)는 공식적인 계승자였지만, 그녀의 출생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귀족들과 반대파는 후아나가 엔리케 4세의 친딸이 아니며, 왕비와 벨트란 데 라 쿠에바(Beltrán de la Cueva) 공작의 사생아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로 인해 카스티야 내부에서는 후아나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었고, 이에 맞서 왕의 이복여동생 이사벨(Isabel, 후일 이사벨 1)이 귀족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왕위 계승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사벨은 1469년 아라곤 왕자 페르난도와 결혼하면서 정치적 연대를 강화했고, 이 결합은 훗날 스페인 통일의 초석이 되었다.

 

2. 왕권을 둘러싼 내전과 포르투갈의 개입

1474년 엔리케 4세가 사망하자, 후아나와 이사벨 모두 자신이 정당한 계승자임을 주장하며 동시 선포를 감행했다. 이로 인해 카스티야는 곧바로 양 진영으로 나뉘어 내전에 돌입했다. 후아나는 외삼촌인 포르투갈 왕 아폰수 5(Afonso V)의 지원을 받았고, 그는 후아나와의 결혼을 추진하며 스스로 카스티야의 왕위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군은 후아나의 정통성을 옹호하며 카스티야로 침공해왔고, 전쟁은 지역 내분에서 국제전 양상으로 확산되었다. 반면, 이사벨과 페르난도는 카스티야의 핵심 귀족 세력을 결집시키고 외교적 우위를 선점하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양측의 충돌은 1476년 토로 전투(Battle of Toro)에서 정점에 달했고, 비록 군사적으로는 명확한 승패가 나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이사벨 진영이 확고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3. 알카소바스 조약과 전쟁의 종결

1479, 포르투갈은 이사벨의 승리를 인정하고 카스티야 왕위 계승을 포기하는 알카소바스 조약(Treaty of Alcáçovas)에 서명함으로써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다. 이 조약은 단순한 왕위 계승 문제를 넘어서 이베리아 반도 전체의 세력 판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약에 따라 포르투갈은 카스티야 왕위를 포기하는 대신, 대서양 해역특히 마데이라, 아조레스, 카보베르데 등에 대한 탐험·식민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반면, 카스티야는 카나리아 제도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았다.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승리는 카스티야와 아라곤 양국의 통합을 가능케 했고, 이후 스페인이라는 단일 왕국의 등장을 예고했다. 후아나는 공식적으로 수도원에 머무르며 정치적 활동에서 배제되었고, 왕위 계승 전쟁은 이사벨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4. 스페인 제국의 출발점이 된 내부 갈등

카스티야 왕위 계승 전쟁은 단순한 왕실 내부의 분쟁에 그치지 않고, 이베리아 반도 전체의 정치 질서와 유럽 세력 간 관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통치 하에 스페인은 종교통합 정책(1492년 그라나다 정복과 유대인 추방령 포함)을 본격화하며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또한 이사벨의 후원 아래 콜럼버스가 신대륙으로 항해를 떠나게 되면서, 스페인 제국은 세계 패권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 모든 흐름의 출발점에는 카스티야 왕위 계승 전쟁이라는 격동의 내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후아나의 정통성 논쟁과 포르투갈의 개입은 단기적으론 실패로 끝났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베리아 국가 간의 경쟁과 해양 패권 분할로 이어져 근세 유럽 질서의 틀을 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전쟁은 스페인 내부의 정통성 분쟁을 넘어, 세계사의 흐름을 결정지은 분수령 중 하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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