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에른 공국 분열과 신성로마제국 질서의 시험대 -
바이에른 공국의 유산 분쟁에서 비롯된 충돌
15세기 말,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공국은 비텔스바흐(Wittelsbach) 가문이 오랫동안 지배하던 중요한 영토였다. 바이에른은 14세기부터 여러 갈래로 분할되어 있었으며, 그중 하나인 바이에른-란츠후트 공국은 공작 게오르크(Georg der Reiche)가 통치하고 있었다. 문제는 게오르크가 사망하게 되었을 때 발생했다. 그는 아들이 없었고, 유일한 후계자로 딸 엘리자베트(Elisabeth)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신성로마제국의 세습법에 따르면 여성을 통한 상속은 제한적이었고, 통상적으로 남성 혈통이 우선되었다. 이에 따라, 바이에른-란츠후트의 상속권을 두고 게오르크의 사위인 팔츠 선제후 루프레히트(Ruprecht von der Pfalz)와 남계정통상속자인 바이에른-뮌헨 공작 알브레히트 4세(Albrecht IV) 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내전이 발발하게 되었다. 이 전쟁은 단순한 가문 간 다툼을 넘어, 신성로마제국의 세습법과 황제권, 귀족 통치 체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계승권을 둘러싼 두 가문의 무력 충돌
게오르크는 죽기 전 자신의 유언장을 통해 딸 엘리자베트와 사위 루프레히트에게 바이에른-란츠후트의 영토를 상속하려 했지만, 이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Maximilian I)의 승인 없이 진행된 조치였다. 막시밀리안은 이를 명백한 법률 위반으로 간주하고, 제국법에 따라 계승권이 바이에른-뮌헨의 알브레히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루프레히트와 엘리자베트는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군을 조직해 저항에 나섰다. 이에 황제는 제국군을 소집하고 알브레히트를 지원하며 군사 개입에 나섰다. 전투는 바이에른 전역에서 수차례 벌어졌으며, 특히 도나우 강 유역과 란츠후트 일대가 주요 전장으로 기록되었다. 루프레히트는 팔츠와 슈바벤 지역에서 병력을 끌어왔지만, 황제군과 알브레히트 연합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밀리게 된다. 1504년 루프레히트가 병사하고, 엘리자베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면서 전쟁은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쟁의 종결과 바이에른 통합의 계기
1505년, 전쟁은 신성로마제국의 중재로 쾰른에서 열린 제국 회의를 통해 종결되었다. 이 회의에서 황제 막시밀리안은 영토의 분할과 재조정을 통해 질서를 회복시키려 했다. 그 결과, 바이에른-란츠후트의 대부분은 바이에른-뮌헨에 귀속되었고, 일부는 신설된 팔츠-노이부르크 공국(Pfalz-Neuburg)으로 분리되어 루프레히트의 아들들에게 주어졌다. 이 결정은 비텔스바흐 가문 내부의 균형을 일정 부분 유지시키려는 타협이었으며, 동시에 황제권의 개입과 제국법의 권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알브레히트 4세는 바이에른의 대부분을 통합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바이에른은 비교적 안정된 통치 체제를 확립하게 된다. 이로써 란츠후트 계승 전쟁은 바이에른 통일의 시초이자, 제후 가문 간 분할 상속 문제에 대한 제국 차원의 선례로 작용하였다.
란츠후트 계승 전쟁의 역사적 의의
란츠후트 계승 전쟁은 신성로마제국의 귀족 세습 질서가 법적 명분과 실제 정치력 사이에서 어떻게 충돌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성 상속 문제는 단순한 가족 문제를 넘어서, 국가적 군사 충돌과 외교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막시밀리안 1세의 적극적인 개입은 황제권 강화라는 정치적 의도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후 합스부르크가 제국 내 권위와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과정의 일부로 평가된다. 또한 이 전쟁은 지역 귀족들의 이권 다툼이 단순히 지역 내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제국 전체의 법적·정치적 구조를 흔드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란츠후트 계승 전쟁은 비록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이에른 통합, 황제의 중재권, 제국법의 집행력 등 중세 말기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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